月刊 아이러브 PC방 3월호(통권 40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PC방 업계에는 거의 매주 불쾌한 소식이 들려왔다. 일부 PC방 업주들의 일탈로 인해 PC방 업계 전체가 도매금으로 팔려나가기도 했는데, 대부분의 선량한 업주들이 짊어져야 할 굴레는 무겁기만 하다.

일탈하지 않고 PC방 업주로 살아가기가 정 힘들다면 긴 한숨을 한번 내쉬고 나서 조용히 폐업할 것을 권한다. 정부가 열심히 홍보하고 있는 새출발기금이 폐업한 자영업·소상공인의 재기를 돕는다고 하니, 누리집(www.newstartfund.or.kr)에 접속해 절차를 밟으면 다방면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진절머리 나는 PC방 업종에 종사하느라 그동안 수고가 많았으니 위로의 박수를 보낸다. 제 무덤을 스스로 팠다면 혼자 들어가 누우면 될 일이다. PC방 업주들은 순장을 당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본인이 힘들다는 이유로 선량한 동종업계 종사자들을 괴롭게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대표적인 것이 흡연 조장이다. PC방에 흡연실이 생겨난 지 10년이 지났고, PC 가동률의 일익을 담당하던 흡연자 게이머들은 반토막이 났다. 여전히 PC방 업계는 이 충격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PC방 업주가 나서서 흡연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모객에 힘써서는 안 될 일이다.

정부가 청소년보호와 국민건강을 이유로 법을 개정해 규제했지만, 실제로는 단속을 집행할 여력이 없다는 사실을 이제는 삼척동자도 안다. 인력이 부족한 탓에 단속반원이 PC방으로 찾아오는 일 자체가 드물다.

어쩌다 출동한 단속반원들은 종이컵은 재떨이로 볼 수 없어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친절히 설명한다. 흡연 이용객과 PC방 업주가 듣기에 참으로 솔깃한 이야기다. 법을 지키는 PC방 업주들은 텅 빈 매장을 보면서 울화통이 터지는 판에 방송사에서 ‘흡연 무법지대 PC방’ 보도를 내보냈다.

올해 정부는 PC방 관련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된 PC방 환경을 인정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해 나가는 흐름이다. ‘흡연 PC방’은 이런 분위기에 제대로 찬물을 끼얹었다.

PC방 IP와 관련해서도 불미스러운 소식이 있었다. PC방 IP를 빼돌리는 지피방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넥슨의 단속 결과 지피방이 PC방 IP를 빼돌리는 것이 아니라 PC방 업주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가담한 정황이 드러났다.

넥슨은 지난달부터 전국 규모의 PC방 IP 점검을 시작했다. ‘FC 온라인’의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외부로 빼돌리는 지피방은 물론, 갈수록 이용자가 늘고 있는 ‘대낙’을 제재하기 위해서다. 이번 점검에 참여한 한 넥슨 관계자는 PC방 업주들의 운영 편의를 위해 여분의 IP까지 더해 등록하는 것이 보통이긴 하지만, 매장 규모 대비 유독 많은 IP를 등록하는 매장들이 적지 않다면서 애초에 여분의 IP로 지피방을 운영하거나, 판매할 목적이라고 단언했다.

또한, PC방 IP를 지피방 업체에 돈을 받고 넘기는 방식이 아니라 PC방 업주가 손님들에게 게임 ID와 PW를 넘겨받아 인게임 이벤트에 대신 참여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PC방 업주는 자신이 적극적으로 약관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넥슨에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단골손님의 편의를 위한 일이었다는 변명이다.

확인 결과, 어떤 PC방 업주는 명함만 PC방 업주고 실제 정체는 지피방 업체 운영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PC방 업주라는 타이틀은 ‘대낙’에 필요한 PC방 IP를 원활하게 수급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본지는 그동안 PC방 금연 정책이 부른 파장에 대해서는 ‘정부의 과도한 보건정책이 무고한 소상공인에게 막대한 피해를 야기했다’고 썼고, 지피방 문제를 거론할 때는 항상 ‘선량한 PC방 업주들과 업계를 좀먹는 지피방 그리고 수수방관하는 게임사’라는 삼각구도를 벗어난 적이 없다.

물론 이런 기조에는 변화가 없고 앞으로도 변할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연일 들려오는 일부 PC방 업주들의 일탈 소식에 착잡한 뒷맛은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또 하나, 모 노하드솔루션 업체 대표가 다른 업체 대표들을 만나 관리비 인상 의사를 물어본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일탈’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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