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2월호(통권 39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 업계를 벼랑 끝까지 내몰았던 코로나 사태는 올해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지난 5월 정부가 코로나 종식을 선언하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졌던 코로나 관련 규제는 사실상 모두 종료됐고, PC방 역시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해가는 과정에 있다.

올 한해 PC방 업계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정부의 각종 지원책이 마무리되면서 각자도생의 길로 나가야 함에 따라 스스로 다시 일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했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받았던 대출을 상환해야 했고, 가파르게 치솟는 물가 부담에 전기료 인상 저지를 위한 많은 논의도 이어 나갔다. 상권이 살아나면서 슬금슬금 나오고 있는 임차료 인상 압박도 말 못 할 사연 중 하나다.

매장 정상화를 위해 채용 규모도 늘렸지만, 올해 구인난은 어느 때보다 더 힘겨웠다. 1년 내내 채용 사이트에 구인 공고를 올려도 마음에 드는 구직자를 찾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보다 어려웠는데, 드물게나마 구직 문의를 받는 PC방은 그나마 나은 처지다. 일손을 구하지 못해 수개월째 밤을 지새우는 업주가 허다하다.

이러한 이유로 자동화 시스템에 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컸다. PC방에 이미 보편화된 키오스크는 물론, 손님들에게 먹거리를 배달해주는 서빙로봇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먹거리 판매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설거지 부담도 늘어나기 마련인데, 업소용 대형 식기세척기를 들여놓는 매장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최저임금 인상에 구인난까지 더해져 무인솔루션에 관한 관심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심야 시간대 무인솔루션으로 매장을 운영 중이라는 업주들은 기존에 비해 매출도 큰 차이가 없고, 무엇보다 심야 시간에 손님이 그리 많지 않아 인건비를 고려하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물론 상권에 따라 반드시 인력이 필요한 곳도 있겠지만, 폐업 직전에 처한 PC방이 마지막 수단으로 무인솔루션을 도입한다는 인식은 꽤 흐려졌다.

이처럼 숨 가쁘게 달려온 2023년도 어느덧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겨울 성수기를 대비해 매장과 시설 정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시점인데, 잔뼈가 굵은 베테랑 업주들은 이미 겨울나기 준비를 마친 상태다.

우선 클라이언트 PC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 모처럼 몰려드는 손님이 고장이 난 기기를 접한다면, 그들이 올겨울 내 매장을 다시 방문할 거라는 기대는 접어야 할 것이다. 본격적인 성수기에 접어들기 전에 전 좌석 PC를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먹거리 매출 비중이 커지면서 매장의 수돗물 사용도 늘어났는데, 최근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지고 있어 수도관 동파에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제공할 수 있는 메뉴에 제약이 따르고, 이는 매출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화장실에 문제가 생기면 배를 움켜잡고 사색이 된 손님을 붙잡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겨울 성수기를 앞두고 희소식도 전해졌다. 업주들의 부단한 노력 끝에 올해 PC방 업계는 다시 일어설 발판을 마련했는데, 다름 아닌 업계 숙원이었던 청소년 유해업소의 지정 해제가 최근 이뤄진 것이다.

그간 PC방은 매장 내 별도의 흡연 구역을 마련하고, 오후 10시 이후 청소년 출입을 금지하는 등 다양한 규제를 적용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유해업소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다. 이제 유해업소 지정 해제와 함께 연말 관련법 개정을 통해 청소년 고용이 가능해지면 갈수록 심해지던 구인난에도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이스포츠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PC방이 청소년 유해업소라는 굴레를 벗어던지면서 향후 발전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리그오브레전드’ 이스포츠의 세계적인 흥행으로 프로게이머라는 직종이 청소년들에게 크게 주목받고 있는 요즘, 이들을 육성하고 전문화하는데 PC방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프로게이머를 육성하는 전문 교육기관은 뿌리를 내린 후 세를 넓히고 있으며, AI 기술을 활용한 코칭 시스템까지 등장했다. 이 흐름 안에서 PC방이 중추적 역할을 맡을 방법을 찾고, 이를 통해 부진한 PC 가동률을 끌어올려 제2의 황금기를 만들어 가는 것은 앞으로 풀어나갈 숙제가 될 것이다.

장밋빛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 조금은 열린 상황이지만, 이를 위한 준비도 동반되어야 한다. 바로 PC 사양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제 버티기에 급급했던 시절에서 벗어나 더 큰 도약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 왔다.

코로나 사태 이후 일반 가정의 PC 사양이 훌쩍 높아지면서 PC방과의 하드웨어 격차가 크게 줄어든 상태다. ‘리그오브레전드’만 돌아간다면 문제가 없다는 생각의 유통기한은 시시각각 만료에 가까워진다는 뜻이다. 적어도 PC방이라면 일반 가정보다 고성능 하드웨어를 갖출 필요가 있다.

2023년은 PC방 업주들의 각고의 노력 덕분에 코로나 후유증으로부터 상당히 벗어날 수 있었다. 누구보다 힘겨웠던 전국의 모든 PC방 업주들이 올 한해 유종의 미를 거두길 희망하면서, 더 큰 성장이 실현되는 2024년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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