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7월호(통권 39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스팀 배틀그라운드’가 지난달 28일부터 예고대로 PC방 상용화를 시작했다. 넥슨의 공지대로다. 전국 PC방 대다수가 넥슨의 ‘통합정량’ 상품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을 고려하면 PC방은 시간당 208.8원의 부담을 지게 생겼다.

크래프톤 역시 ‘경쟁전 이용 가능’, ‘BP 및 경험치 부스트’, ‘플레이 시간에 따른 PC방 상자’ 등 소정의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계획대로 진행한다. 아울러 오는 8월 1일까지 ‘블랙마켓 웹 이벤트’와 ‘플레이 백 이벤트’를, 이달 15일에는 ‘배그데이 PC방 이벤트’를 예정하고 있다.

이대로 시간이 흘러가면 ‘스팀 배틀그라운드’의 PC방 과금이 자연스럽게 안착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과거 ‘포트리스’의 PC방 과금도, ‘스페셜포스’의 PC방 과금도, ‘서든어택’의 PC방 과금도 모두 이랬다.

아주 오래전 ‘포트리스’는 부분유료화(Free to Play) 게임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PC방에 과금을 시작했고, 요금제를 기존 정액제에서 정량제로 바꾸는 과정도 제멋대로였다. 개발사 CCR은 “우리 게임을 이렇게 키워준 PC방인데 절대로 과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PC방을 기망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언제 그랬냐는 듯 뒤통수를 후려쳤다. 서비스를 담당했던 넷츠고, 게임플래닛, 게임폭스, 라이코스는 현재는 흔적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2002년 아이러브PC방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컴정보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PC방 업주들은 ‘포트리스’를 가장 불합리한 가격의 게임(57%)으로 꼽았고, 최악의 게임사로 CCR(66%)을 지목했다. 다만 PC방 업주들은 꼴도 보기 싫은 게임 ‘포트리스’를 정말로 안 볼 수 있게 되기까지 약 5년이 걸렸다. 게이머들이 ‘포트리스’를 찾지 않는 시대가 오기까지 하염없이 기다린 것이다.

‘스페셜포스’가 PC방에 자리잡는 과정은 ‘포트리스’보다 훨씬 복잡하다. 하지만 PC방 과금 적용 과정에서 ‘PC봉’ 취급을 당한 사실 자체는 비슷하다. 밸브는 스타일네트워크와 손잡고 ‘카운터스트라이크’의 PC방 상용화를 밀어붙였고, PC방 업주들이 구입한 CD가 이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당연히 PC방 업계는 반발했고, ‘카운터스트라이크’ CD를 불태우며 드래곤플라이가 개발하고 네오위즈가 서비스하는 신성 FPS게임 ‘스페셜포스’를 선택했다. 네오위즈는 익숙한 게임사였다. 네오위즈는 자신들의 채팅앱 ‘세이클럽’에 대한 PC방의 지지를 간청하며 ‘PC방 평생무료’를 선전했고, 실제로 PC방 업주들은 손님들에게 세이클럽을 어필해 업계 1위로 우뚝 섰다.

이렇게 크게 늘어난 이용자에 힘입어 네오위즈는 게임포털 피망을 론칭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다만 ‘스페셜포스’의 개발사 드래곤플라이와 서비스사 네오위즈가 PC방에 어필하기 위해 신설했던 ‘건빵 요금제’도 이내 마각을 드러내며 여타 온라인게임들의 PC방 과금과 점점 동일하게 변해갔다.

‘서든어택’도 상기한 두 게임과 유사한 문제적 게임이다. 아직도 PC방 점유율 상위권에 있는 현역이라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다. 개발사 게임하이(現 넥슨게임즈)와 서비스사 CJ인터넷(現 넷마블)은 ‘서든어택’ 전체 이용자 중 절반 이상이 PC방에서 접속한 사실이 확인되자 비가맹점의 IP를 차단했다. 부분유료화(Free to Play) 게임은 아이템을 팔아 장사하는 BM(Business Model)인데, 손님들이 찾으면 알아서들 가맹할 것이라는 생각에 무리하게 과금을 강행한 것이다.

PC방 협단체는 즉시 항전 의지를 내비치고 불매운동을 진행하는 등 분투했지만 소기의 목적이었던 백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이후 게임하이가 넥슨에 인수되고, ‘서든어택’의 둥지는 넷마블이 아닌 넥슨으로 교체됐어도 PC방 IP가 게임사 과금의 인질처럼 납치된 실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다시 2023년의 현실로 돌아와 ‘스팀 배틀그라운드’의 PC방 과금을 바라보면 일종의 기시감이 든다. 심지어 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게임사와의 갈등이야 늘 있던 일이지만 과거에는 문제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업계의 움직임이 있었고, PC방 업주들의 노력으로 일부 게임들에 철퇴를 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PC방 업주들의 눈 밖에 나서 게임 하나가 쫄딱 망했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적어도 최근 10년간은….

이번 ‘스팀 배틀그라운드’의 PC방 과금이 업계를 다시 깨어나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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