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1월호(통권 39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요즘 PC방 업주들은 “통장 잔고를 볼 때마다 떨어진 매출과 함께 3고(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준엄한 심판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고 하소연한다.

공공요금 인상과 경기 침체가 맞물린 ‘환장의 콜라보’에 정부가 나서서 제동을 걸어주면 좋겠는데, 자영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현실적인 지원책이 나올 가능성은 요원하다. 오지급했던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환수 조치는 다행히 당정 협의를 통해 뒤집혔지만, 경제부총리는 자영업자 부채 탕감에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나라의 도움을 바라고만 있을 수 없으니 늘 그랬던 것처럼 자생하는 방법을 모색해보지만, 인건비 등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밖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PC 가동률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속도가 더디기만 한데, 매년 가파르게 오르기만 하는 최저임금으로 PC방 업계의 인건비 부담은 한계에 달했다.

그나마 최근에 인건비 절감 아이템 하나가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로봇 얘기다. 로봇은 이미 PC방 업계에 친숙한 아이템이 됐다. 아직 기술 수준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적지 않은 매장에서 서빙로봇을 운용하고 있고, 얼마 전 서빙 외에도 주방에서 조리를 전담하는 로봇을 도입한 PC방이 등장하기도 했다. PC방에서 먹거리 비중이 날로 커지니 필연적인 수순이다.

인건비 부담을 견디다 못해 알바생을 로봇으로 대처하려는 움직임은 비단 PC방에서만 활발한 것은 아니다. PC방 업계 밖에서도 자동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대표적인 업계가 프랜차이즈 외식 기업들이다. 고물가 기조로 외식 수요가 위축되자 기업들도 비용 절감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로봇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식 프랜차이즈들이 글로벌 원가 부담이 큰 상황에서도 주력 메뉴의 원재료를 바꾸긴 어려우니 고심 끝에 인건비 절감에 나선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치솟는 물가와 인건비 때문에 사정이 어려운 것은 비단 자영업·소상공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력한 기업도 풀어야 할 숙제인 셈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외식산업 인사이트 리포트’ 보고서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1년 이상 영업한 음식점 사업체 3,000곳의 55%가 3년 후에도 ‘직원 채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외식업계 구인난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 정책으로는 로봇 등 노동력 대체를 위한 지원 확대가 37.7%로 가장 선호됐다.

치킨 브랜드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로봇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협동로봇 종합솔루션을 개발하는 두산로보틱스와 ‘치킨로봇 솔루션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지난달 체결했다. 양사는 치킨을 튀기는 과정에서 사람 대신 로봇의 기술력을 활용하겠다는 아주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두산로보틱스의 튀김로봇은 바스켓 6개를 동시에 운영, 시간당 최대 24마리의 치킨을 튀긴다. 튀김기 상단에 설치돼 공간 활용성이 높고, 기름 교체와 바닥 청소도 용이하다. 사람이 직접 튀기지 않는 만큼 기름으로 인한 화상 위험과 산재도 원천적으로 방지한다. 일손이 줄어드니 인건비 절약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교촌치킨 가맹점주들은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환영하고 나섰다. 교촌은 회사 방침상 사람이 양념을 일일이 붓으로 바르는 방식을 지켜야 하는데, 이는 고스란히 높은 업무 강도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가맹점주들은 인건비 부담과 구인난 및 인력관리에 애를 먹어야 했다.

치킨을 튀기는 것뿐만 아니라 로봇이 소화할 수 있는 메뉴도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열린 ‘IFS 프랜차이즈창업박람회’에서는 김밥말이 로봇도 선을 보였다. 재료를 넣고 버튼을 누르면 10초 만에 김밥 조리가 완료된다. 속도와 정확성을 겸비한 ‘얌샘김밥’의 로봇은 이날 박람회 참가자들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CJ프레시웨이의 ‘푸드 솔루션 페어’ 전시장 중앙에 자리 잡았던 ‘스마트 레스토랑’에는 튀김 외에도 쌀국수, 커피 등을 제조하는 협력사들의 자동화 기술들이 예비창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로봇의 활용은 창업 시장에서 메가 트렌드”라고 귀띔했다.

푸드 전문 브랜드들의 이런 움직임과 가맹점주들의 반색은 PC방 업주들의 고심과 궤를 같이한다. 알바에게 지불해야 할 최저임금은 오르기만 하고, 그렇다고 임금 대비 업무 능력이 만족스러운 것도 아닌데, 알바 지원자들 사이에서는 일이 힘들다며 PC방을 기피하는 풍조가 만연하다. 이런 실정에서 PC방 업주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가 않다.

다만 높은 초기 투자비용과 위생 관리는 난제다. 600만 원대의 초음파식기세척기를 도입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인데, 1,000만 원을 우습게 호가하는 조리로봇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많다. 또한, 고장률이 낮고 위생 관리가 간편한 로봇일수록 그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PC방 업주들은 “구인난과 인력관리에서 비롯하는 스트레스보다는 초기에 비용이 좀 들더라도 돈값하는 로봇에 그래도 마음이 간다”고 입을 모은다. 나라님과 알바생이 몰라주는 PC방 업주의 고심을 로봇이라도 좀 알아주길 바라는 간절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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