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5월호(통권 39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에 9기 집행부가 새롭게 들어선다. 지난해 9기 중앙회장으로 선출됐던 김종우 회장이 자진 사임한 후 서울지부장이었던 임수택 회장이 보궐선거를 통해 새롭게 취임했고, 공석이었던 서울지부장도 새로 선출하면서 9기 집행부가 조만간 다시 꾸려질 예정이다.

김종우 전 회장의 자진 사임 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과 내홍이 있었지만 어쨌든 임수택 회장이 취임하면서 이 같은 혼란은 일단락됐다. 임 회장이 신임 회장으로서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또 빠른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인문협의 앞날이 그리 녹록지는 않아 보인다.

협회를 제대로 꾸려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지금 인문협에는 돈이 없다. 돈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회비를 내는 회원 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비단 인문협 뿐만 아니라 어떤 단체든 많은 회원 수를 바탕으로 회비가 넉넉히 모여야 단합도 되고 활동력도 왕성해지는데, 현재의 인문협은 그런 단체들과는 거리가 멀다.

인문협의 월회비는 2만 원이다. 회원들이 매달 내는 이 피 같은 2만 원이 모여 협회 중앙회가 운영되고, 일정 비율은 지역 협회에 내려 지부와 지회를 움직이는데, 결국 돈이 부족하다는 것은 협회 활동을 위축시키고, 이는 곧 회원 탈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는 인문협 만의 문제도 아니다. PC방 업계에 또 하나의 단체 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이하 PC카페조합)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양 단체를 모두 합쳐 회비를 내는 회원은 1,000여 명이 조금 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질적인 PC방 수를 보수적으로 6,000여 개로 봤을 때 80%가 넘는 5,000명가량은 아직 어느 단체에도 가입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한 업종의 단체로서 대표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규모다.

문제의 핵심은 “왜 단체에 가입하지 않는가”다. 실제로 인문협 임원들이 회원 유치에 있어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래서 협회가 무슨 일을 했냐?”는 질문이다. 당연히 임원들은 그동안의 활동과 그로 인한 성과를 설명하지만, 일반 PC방 업주들을 납득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드러난 것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코로나19로 인한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조치를 받고 있던 중에 현재 PC카페조합 김기홍 이사장은 당시 전국자영업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각종 시위를 주도하며 대정부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갔고, 이를 PC카페조합이 적극 지원했다. 결국 정부와의 협상력이 높아졌고, 이는 다양한 규제를 완화하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실제로 조합 회원이 늘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수의 PC방 업주들은 이 같은 결과가 단체가 노력한 결과인지 정부가 진행한 정책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워낙 힘들었던 시기라 규제 완화의 체감이 크지 않았으며,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훨씬 더 직접적인 혜택을 제공하면서, 이 같은 단체 활동의 성과를 더욱 적극적으로 널리 알려야 하는 이유다.

현재 PC방 단체의 회원 배가 정책은 회원 혜택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 20년 동안 한결같다. 물론 회원 혜택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만, 이 같은 혜택들에 대한 체감이 부족한 것이 문제다. 이제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단체의 존재감을 더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사실 이에 대한 힌트는 일상에서 얻을 수 있다. 우리는 평소 정부나 지자체의 역할을 잊고 산다. 하지만 사소한 문자메시지 한 통으로 문득 그들의 존재감을 느낀다. 코로나19로 시작해 태풍, 지진 등 재난 문자나 실종자를 찾는 문자 등이다. 또한 재난지원금 등 직접적인 지원이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정부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더라도 이 같은 문자 한 통의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이 같은 전략을 단체가 도입한다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단체의 활동을 홍보하면서 회원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카카오톡 단톡방 등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도 이미 잘 갖춰져 있다. 이를 통해 디도스와 같은 업계 공통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부의 재난 문자처럼 PC방에서의 행동 요령, 대응 방법 등을 실시간으로 안내하는 것이다.

하다못해 게임 점검 소식, 업데이트 소식, 신제품 출시 소식, 장애, 오류, 사건사고, 지자체 단속, 행사, 정책 지원 등의 정보를 꾸준히 안내하면서 단체의 존재감을 수시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회원 혜택 역시 단순 할인이 아닌 페이백 형태로 체감성을 높이면 소속감이 커질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모든 일들의 실무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단체 임원이 PC방 업주로서 생업을 병행하며 전담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문성 없는 임원들이 업무를 분담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한 것도 20년째 반복된 문제다. 지금까지 PC방 단체에서는 협상 전문가, 홍보 전문가, 사업 전문가 등을 만나보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회비는 이러한 전문가들에게, 그리고 전문가들에 의해 집행되어야 한다.

많은 PC방 업주들이 단체에 가입하지 않는 또 하나의 큰 이유가 있다. 과거 적지 않은 인문협 임원들이 공공연하게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거나 비위를 저지른 일들이 다수 알려졌기 때문이다. 인문협이 그런 지리멸렬한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협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실패한 정책들을 거울삼아 전문성을 갖춘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단체가 바로 서야 업계도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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